2024년 4월 30일 화요일, 노동절 이브
날씨: 봄이다. 이번엔 진짜다.
뭔가 편지 같이 써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일기다. 그래도 교환 일기니까. 일기의 문법을 지켜 봐야지(그런 게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몇 가지 규칙 같은 걸 생각해봤다. 이번엔 처음이니 자기 소개 한 문단 정도를 먼저 적기. 그리고 마지막에는 항상 다음 사람에게 간단한 질문 하나 던지기. 사진을 넣는다면, 딱 한 장만. 그리고 메일 받는 사람은 교환일기에 참여하는 사람 모두로 지정하기. 메일을 받은 날+1일 23:59까지 일기 보내기.
메일 제목 형식 : [매일, 메일, 교환일기] #0 누구가 누구에게
순서 : 순정 > 인호 > 다산 > 펭귄마을이장 > 호정 > 지현 > 김치맨 > 도리 > 토란 > 깜쯔 > 지향 > 경아 > 무무 > 유카 > 준 > 따구
난 누군가. 이름은 정수은. 순정이라고도 불리운다.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를 구미에서 다녔기 때문에 경남과 경북 지역어가 섞인 말씨를 가졌다. 처음 만난 사람이 말씨를 듣고는 “경상도에서 오셨나봐요”, 라는 말을 듣는 게 정말 귀찮고 짜증난다. 지금은 경북 울진에 살면서 핵발전소에 근무하고 있다. 좋아하는 건 책, 음악, 영화 그리고 사람들과의 대화.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하는데요?“, 라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싶다). 장난 치거나 거짓말 하는 걸 좋아한다. 진지한 얘기를 할 때도 있지만, 매사에 가벼운 걸 추구하는 편이다. 하지만 몸무게는 꽤 무거운 편이다. 언어 공부를 좋아하는데 유창하게 구사하는 언어는 별로 없다. 공부 해 본 언어는 영어, 일본어, 북경어, 프랑스어, 한국 수어, 터키어. 그리고 집에 교재가 있는 언어는 스웨덴어, 대만어(민남어), 베트남어… 등.
한국어에 <한국>이란 단어가 맘에 안 들어서 <우리말>이라고 말하다가 <우리>라는 단어가 맘에 안들어서 <조선말>을 써보려고 하는데 모르겠다. 국가+어(語)로 만들어진 단어들이 다 그냥 맘에 안 드는데 대안을 아직 못 찾았다.
어쩌다보니… 자기소개로 시작해서 헛소리가 시작된 듯 하니 본격적으로 헛소리 일기를 써보자.
2024년이 시작되고 얼레벌레 살다보니 벌써 오 월이 되었다. 오늘은 노동절(사실은 이 글은 4월의 마지막 날에 쓰고 있다). 몇 주 전은 도서관의 날(4.12.)이자 내 28번째 생일이였다. 어쨌거나… 한국 나이로는 2025년에는 서른이 되는 것이니. 조금 기분이 묘했다. 아직 나는 <어른>이라고 안 느껴지는데 이제는 <어른> 같이 살아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인생은 언제나 과정 뿐이고, 지금 이대로도 온전한 나로 받아들일 때 건강한 성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문단을 쓰고 보니 <온전>, <건강>, <성장> 이러한 단어들도 조금씩 맘에 안 드는 구석이 있다. 사회문화적으로 긍정적이라고 여기는 단어들은 죄다 맘에 안 들어지기 시작해버리는 거 아닌가. 이렇듯… 난 결국 졸라리 불편한 게 많은 인간인 것이다. 그렇지만 그만큼 어감이랄까하는 것에서 오는 미묘한 차이들을 느끼는 즐거움 또한 있기 때문에 무던하게 살고 싶지만은 않다.
어제는 회사에서 차장한테 한 소리 듣고는 쬐끔 울었다. 책임감을 좀 가지고 일하라는 그런 소리였는데. 나도 나 자신을 못 믿는데 누군가에게 저 좀 믿어주세요, 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동료한테 이 얘기를 하니까 그렇게 말하지 말고 “노력해보겠습니다.”, 라고 말해보는 게 어떻냐고 했다. 아! 역시 고민은 남들한테 좀 털어놓아야 한다. “잘하겠습니다.”, 라고 해놓고 잘 못하면 거짓말이 되는 것이지만, “노력해보겠습니다.” 해놓고 잘 못하면 “노력했는데도 이정도인데요.”, 라고 해버리면 되는 거 아닌가. 하하하. 그래 뭐, 노력해볼테다.
내일은 청소를 할테다. “아 청소 해야 하는데…”라고 생각만 하다가는 안 할 것만 같아서, 선언적으로 말해본다.
내일은 청소를 한다.
인호에게 질문 : 너의 고향을 자랑해줘!
p.s 출근 길에 본 오토바이에 애국, 애족이 있었다. 그리고 생각 난 시가 있다. 권정생 선생님의 <애국자가 없는 세상>이라는 시.
그 시에 멜로디를 붙인 노래와
https://www.youtube.com/watch?v=kRCV8xy_t90
그 시로 만든 동화책
http://aladin.kr/p/B4lGL
애국자가 없는 세상, 권정생(1937~2007)
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도
애국 애족자가 없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젊은이들은 나라를 위해
동족을 위해
총을 메고 전쟁터로 가지 않을 테고
대포도 안 만들 테고
탱크도 안 만들 테고
핵무기도 안 만들 테고
국방의 의무란 것도
군대훈련소 같은 데도 없을 테고
그래서
어머니들은 자식을 전쟁으로
잃지 않아도 될 테고
젊은이들은 꽃을 사랑하고
연인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무지개를 사랑하고
이 세상 모든 젊은이들이
결코 애국자가 안 되면
더 많은 것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 것이고
세상은 아름답고
따사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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