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좋아하시나요? 전 좋아합니다.
1. 어릴 적 커피에 대한 기억은 아빠 가게나 교회에 가면 있던 믹스 스틱 커피였다. 어른들은 그걸 종이컵에 털어 넣고는 뜨거운 물을 붓고 그 스틱으로 휘휘 저어 마셨는데, 애들한테는 몸에 안 좋다면서 잘 안 줬었다. 그래도 가끔은 외식을 하고 식당에서 나오면서 무려 "무료"로 주는 밀크 커피를 한 잔씩 하긴 했다. "달다"라는 게 첫 맛이였다.
중학생 시절 하교하고는 롯데리아에 가서 감자튀김 같은 가벼운 간식을 먹고는 했는데 한 날은 아메리카노라는 것을 시켜보았다. 얼마 되지 않아 나온 것은 "검은 물"이였다. 첫 입을 대니 뜨겁고 썼다. 이걸 어떻게 마셔, 생각했는데 먹다보니 마실 수 있는 것이더라.
또 다른 기억이 떠오르는데, 이것도 중학생 때 엄마 따라서 부산에 갔었다. 그 날은 남포동의 한 음반가게에서 배치기 음반을 샀는데, 스타벅스란 곳에 가서 "바닐라 라떼"란 것을 "테이크 아웃"했다. 그 당시 내가 스타벅스를 알고 있었을까? 잘 모르겠다. 그 바닐라 라떼는 너무 달아서 다 마시지 못하고 버렸다.
뭐 그렇게 중학교 때부터 가끔 가끔 아메리카노를 마시곤 했는데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했던 2012년은 바야흐로 카페 전성 시대 새로 생기는 카페가 여기저기서 보였고 어른들만 간다고 생각했던 공간이 우리에게도 열려졌다. 학교에서 집에 오는 금요일이나 학교로 돌아가는 일요일에 기차 시간이 남을 때 넉넉치 않은 용돈으로 그 비싼 커피를 사서 시간을 떼우기도 했다.
(그... 고등학교 때 자주 갔던 카페 "우체국 뒷집"과 관련해서 쓴 글이 있었는데 어딨는지 찾다가 20분을 버렸다.)
(찾았다.)
그러니깐 친구가 없고 시간은 많았던 나의 고등학교 시절 카페와 영화관은 꽤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간을 떼울 수 있는 공간이였다. 이런... 말이지.
2. 아메리카노만 알던 내게 핸드드립이란 신세계가 열린 것은 상근으로 군복무를 하던 2017년 즈음인데...(여기서 종이가 잘려서 더 이상 확인할 수 없다.)
3. 고상한 척하는 커피 애호가가 된 정수은은 2021년 겨울 메니에르병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고, 카페인 금지령을 의사로부터 받게 된다. 하지만 인류의 10대 발명품 중인 하나인 디카페인 원두를 사는 지경에 이르는데...
4. 2021년 1월 7일에 잠이 안 와서 썼던 글
내가 영화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참 우연이였다. 타지로 고등학교를 가서 기숙사에 들어갔는데 불행히도 1학년은 왕따로 생활을 했다. 그래서 주말 이나 공휴일에 약속이 별로 없어서 대개 혼자 놀았는데 당시에 용돈 받아쓰는 학생이였기에 6,000원 정도를 지불하면 2시간 정도의 시간을 때울 수 있던 영화관은 꽤 괜찮은 여가가 아닐 수 없었다. 또 밀양(집)과 구미(학교)를 기차를 타고 다니니 대구에 들르기도 편했던 점도 컸다.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집에 내려가면서 대구에 들르기도 했고, 일요일에 기숙사에 복귀하기 전에 대구에 들러 시내 구경 하는 일도 많았다.
하루는 영화를 한 편 봤는데도 시간이 많이 남아서 (그당시로는) 큰 맘을 먹고 영화를 한 편 더 봤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였고 하루에 영화를 여러 편 보는 첫 경험이 됐다. 그후로 시간이 되면 3편, 4편을 하루에 보기도 하고 대중/예술 구분 없이 영화를 많이 보게 되니 주말은 영화관 가는 날처럼 되어있었다.
인디음악을 접하게 된 계기도 생각이 난다. 평일날 학교에서 외출을 하게 되면 보통 ‘인동’이라고 하는 나름의 시내에 가서 일을 보곤했는데, 역시나 친구가 없었던 나는 혼자 가서는 남는 시간에 <우체국 뒷집>이라는 카페에 가곤 했다. 그 카페에는 입구 쪽에 피아노가 있었고 음료 메뉴뿐 아니라 간단한 식사 메뉴도 판매를 해서 밥을 먹을 때도 있었다. 그곳에서 가을방학의 노래를 처음 들었고 이를 시작으로 브로콜리 너마저, 옥상달빛, 제이레빗 등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여러 음악을 찾아 듣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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