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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제길 나 이렇게 살았어/나의 하루

220115 짧은 강릉 산책

    멀리서 친구가 우리집까지 주말을 보내러 왔다. 급하게 강릉에 숙박을 구하기는 실패해서 우리집에서 2박을 했는데 나야 뭐 더 편하고 좋았다. 다만 운전시간이 길어져서 조금 피곤하기는 했다만.

    금요일에 퇴근을 하고 동해역으로 마중을 가는데 피곤하고 그냥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기분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건 되려 그 사람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보통 때면 혼자 있겠지만, 그냥 약속도 아니라 우리집에 찾아오는 손님이어서 마음이 좀 쓰였다.
    저녁으로는 삼척에 부명칼국수에서 장옹심이칼국수와 감자전을 먹었다. 오랜만에 감자전을 먹었는데 낯설었다.
    집에 도착하니 여덟시 쯤 되었던가. 지난번에 보려고 유튜브에서 구매해놓았던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를 봤는데 친구는 옆에서 잠들어버렸다. 보면서 몇 번 눈물이 났었는데, 영화 리뷰를 써야지... 마음이 드는데 과연 쓸까? 내가?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을 간단히 떼우고 밍기적거리는 사이 친구는 이미 씻었고 나는 더 뒹굴거리고 싶어서 "네가 우리집 앞바다 구경하고 오면 씻고 나갈 채비 다 해놓을게" 하고는 생각보다 훨씬 더 뒹굴거렸다. 하지만 바다가 예뻤는지 집에 그다지 일찍 돌아오지 않아서 씻을 시간은 충분했다.
    위에 사진은 친구가 찍은 사진이다.

    아침을 일찍 먹은 탓인지 배가 고파서 삼척 보사노바에 가서 바다 구경도 하면서 빵이랑 차를 마셨다. 집에서 내려 마시려고 디카페인 원두도 사왔는데 정작 마셔보니 그다지 취향에 맞지 않아서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점심 때를 맞춰서 안목에 갔다. 역시나... 차도 사람도 많았다. 특히 렌터카가 많이 보였다. 우리가 먹으려던 식당에 주차를 하려는데 어느 차가 나가려는 거 같은데 앞뒤로 왔다갔다만 하길래 가서 "나가시려는 건가요?" 여쭤보니 그렇다면서 "혹시 죄송한데, 차 좀 빼주실 수 있을까요?" 물어봐서 내가 운전해서 차를 빼줬다. 뭔가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호호, 이것이 1년 차 오너드라이버인가.

 

    곧바로 경포호로 가서 호수 한 바퀴를 돌았다. 4.45km에 1시간 10분 정도 걸렸다. 말로만 듣던 경포대도 볼 수 있어 좋았다. 호수가 거울처럼 맑게 비춘다고 해서 경포호라고 하는데, 경포대에 앉아 경포호를 바라보니 그 말이 참말이었다.

 

    예전에는 이런 공간에 아무나 올 수 없었을 텐데 나 같은 사람도 이곳에 앉아 이런 바람과 풍광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보는 풍경과 옛날 사람들이 보았던 풍경에는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무언가를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안목이나 흔히 "핫플레이스"에는 사람이 북적거리는데 이러한 문화유산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관광지에 가면 자주 듣는 말이 "와~ 이쁘다. 이국적이다."와 같은 것인데 거기에서 이국적이란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에 왜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되는지가 난 궁금하다. 

    국내 여행을 더 자주 다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