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설날 연휴를 잘 쉬고 수요일에 출근할 때부터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퇴근길에 편의점에서 감기약을 사 먹고 내일도 아프면 병원 가야지 하고 잤다. 목요일에 일어나 보니 몸이 영 안 좋았고 회사에 전화해서 병원에 갔다가 출근하겠다고 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서 의사 선생님이 "내일도 아프면 코로나 검사해 보시죠"라고 했을 때도 열도 별로 없었고 그냥 가벼운 감기 정도로만 느껴져서 설마 코로나겠어 생각했다. 사무실에 가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자가진단 키트를 해봤는데 희미하게 두 줄이 나와서 곧장 다시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원래는 그날 과장님께 인수인계를 하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내가 죄송할 일은 아니지만 죄송해진 기분이었다. 어쨌거나 짐을 챙기고 마트에 들러서 7일동안 먹을 식료품들을 좀 사고 집에 왔다. 7일동안 쉰다는 건 나쁘지 않지만 휴직을 앞두고 있는 나한테는 오히려 휴직을 미뤄야할 수도 있어서 좋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목금토일... 격리의 절반이 지나갔다.
2. 설날 연휴는 ㅇㅎ가 부구에 놀러와서 같이 놀았다. ㅇㄱ이도 부구에 있어서 술도 마시고 그랬는데 오랜만에 깔깔 거리면서 웃은 것 같다.
3. 그다지 후회를 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사실은 굉장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미련과 후회... 둘은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후회는 과거의 행동에 대한 감정인 것 같은데 미련은 과거 그 자체에 대한 집착인 것 같다. 뭐 둘 다 부질없다는 건 매한가지지만, 후회에는 교훈을 얻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미련은 과거에 붙잡히는 꼴이 되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무튼... 왜 이런 말을 하느냐. 지금 내가 미련을 가지고 있으니깐.
4. 지금 이 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자명한 사실을 아직도 나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5. ㅇㅎ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12 앨범을 사줬다. 지금 들으면서 일기 쓰는 중.
6.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난 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겠지. 지금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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