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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 골목길을 걷다 고양이가 지나가길래 “야옹”하니 아주 도망 가지는 않아서 조금씩 다가갔다. 쪼그리고 앉아서 다시 “야옹” 부르니 와서는 다리에 부대끼고는 다시 갈 길을 가길래 나도 일어서서 가려던 순간에 앞에 집 문이 열리고 할머님이 나오시자 고양이가 굉장히 친한 척을 해댔다.
끼고 있는 이어폰을 빼고는 “아는 고양이인가봐요?” 하고 여쭤봤다. (겉모습이 집 안에서 기르는 고양이는 아닌 것 같았다)
할머님은 “귀여우면 고양이 좀 데리고 가”라고 하시면 사실은 집 안에도 원래 키우는 두 마리가 있는데 몸이 편치 않으셔서 키우기가 힘들다고 하셨다. 나는 내 집은 아주 먼 곳이라 어렵고, 손자나 손녀에게 말해서 휴대폰으로 그런 정보를 올려달라고 말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밥 먹으러 온 고양이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처음에는 상처가 많아 할머님과 어느 여학생이 같이 약을 발라주고 밥을 챙겨주고 박스로 잘 집을 만들어주니 밥을 먹으러 온다고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 동네에 사는 고양이 이야기들을 해주시는데 내가 “태어난 게 무슨 죄라고” 라고 말하니 할머님도 “다 살자고 태어난 건데 공존해야지 (못 살게 구는 사람들) 벌 받는다” 하시면서 거들어주시는데… 내가 다 마음이 따스해졌다.
다시 갈 길을 가며 “할머님도 건강하셔요” 하니 되려 할머님이 내게 고맙다고 하셨다. 할머님, 나 그리고 그 바둑 고양이 셋이 만나는 날이 이 지구가 멈추는 날까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겠지만 이런 따뜻한 순간들은 언제나 또 일상 속에 찾아 올 것이기에 살아갈 수 있지 않나, 하며 조금 오글거리지만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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