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카이브 혹은 잡동사니/누군가에게(편지들)

(2)
ㅇㅇㅇ 생일(2016년 11월 16일) 2021. 3. 29. 17:51 내일이 수능이라 수험표를 받기 위해 조금 빨리 퇴근해서 잠시 카페에 와 커피를 마시는데 옆에 여고생의 대화가 흘낏 들려와. “우리가 이제 고3이 된다니. 징그럽다.” “대학교 가면 못 볼 듯” “그래도 오랜만에 만나도 안 어색할 것 같은데” “그냥 보자마자 존나 빠겔껄. 아니 성형해서 못 알아보는 거 아니가” 여자들의 우정과 남자들의 우정은 다를까 아님 별반 차이 없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어차피 저 둘의 우정도 영원 치는 못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괘씸한가? 각설하고, 잘 지내는가 자네. 네가 있는 그곳은 여기보다 가을이 조금은 더 빨리 왔는지도 모르겠네. 요즈음 보게되는 산들은 해 질 무렵이 아니라도 노을빛이고, 너무 뜨거워진 잎들은 이내 떨어지고 있어. 조금 쓸쓸해지는데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ㅁㅁㅁ에게(2017년 10월 13일) 2021. 3. 28. 00:05 네 편지는 잘 받았어. 읽고는 묘한 공감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너는 편지에서 "나는 도대체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라고 했는데 내가 대답해줄게. 태어난 게 잘못이야. 인간은 인과관계가 이해되지 않을 때 굉장히 불안을 느끼는데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그리고 이렇게 계속 살아가는 이유를 생각하다 보면 그런 불안에 부딪히게 돼버려. 근데 사실 삶의 의미 따위는 없어. 다만 각자 자기 자신에게 부여할 뿐이지. 어떤 이들은 신의 이름으로 삶의 의미를 누군가 주기를 바라고, 그렇다고 믿으려 하지만 난 그건 비겁한 일이라 생각해. 아무리 어려운 질문이라도 자기가 답하려고 노력해야 돼. 그 대답이 개소리에 불과하더라도. 내게 삶은 큰 의미가 없지만 나의 고통이나 행복이 실재하고 타인의 고통이나 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