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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감상/영화

룩백(2024), 오시야마 키요타카

제목 : 룩백 / ルックバック / Look Back
연출 : 오시야마 키요타카(押山 清高)
원작 : 후지모토 타츠키(藤本 タツキ)
음악: haruka nakamura
런타임 : 58분
본 날짜/장소 : 2024년 11월 3일/강릉 신영극장
 
  후지모토 타츠키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다. 일본 개봉은 2024년 6월 28일이고, 한국 개봉은 2024년 9월 5일. 메가박스에서 수입/배급을 맡아서 메가박스 단독 개봉이였지만, 몇몇 독립영화관에서는 상영을 한 것 같다.
 
  이야기는 어느 농촌 초등학교 학보(학교 신문)에 4컷 만화를 연재하는 후지노 아유무(藤野 歩)가 그림을 그리는 뒷모습으로부터 시작해 같은 학교에 등교 거부 중인 동급생 쿄모토(京本)를 만나며 나아간다. 둘은 함께 만화를 그리며 가까워지며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던 쿄모토는 집 밖을 나갈 용기를 얻는다.

  영화의 제목을 두 가지 의미로 보았다. 뒤(과거)를 돌아본다는 것과 누군가의 뒤(등)를 본다는 것.

<쿄모토가 본 후지노의 뒤(등)>
  후지노와 쿄모토가 손을 잡고 다닐 때면 언제나 후지노가 앞장서서, 쿄모토는 후지노의 등을 볼 수밖에 없는 그림이 연출된다. 그렇게 함께 다니는 장면들에서 둘의 손을 클로즈업할 때마다, 후지노가 쿄모토의 손을 놓치거나 쿄모토가 후지노의 손을 놓진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시간은 지나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가 되어서 결국 쿄모토가 잡았던 후지노의 손을 놓고는 미술 대학에 가고 싶다며 더 이상 연재를 도와줄 수 없다고 말한다. 손을 잡고 다니던 이미지처럼 후지노는 쿄모토를 자신에 뒤에 있는 존재라고 여겼고 그렇기에 자신이 없으면 너(쿄모토)는 혼자서 할 수 없다며, 진심이 아닌 말들을 아프게 쏟아낸다.
  영화 상에서는 둘의 대화가 그게 마지막이라 쿄모토가 대학에 진학한 이후 둘의 관계가 어떠했는지 알 수 없었다. 설마 그게 마지막 만남이였겠어, 라고 생각하고 싶다.

<후지노가 본 뒤(과거)>
  모종의 사건으로 쿄모토가 사망하게 되는데, 후지노는 죽은 쿄모토의 방문 앞에서 ‘내가 쿄모토를 집 밖으로 나오게 해서 쿄모토가 죽은 것’이라며 자책하지만 쿄모토와 함께 했던 추억들을 떠올리고 작업실로 돌아가 다시 만화를 그리는 뒷모습으로 영화는 끝난다.

  얼마 전, 나한테 찾아온 고양이가 있었다. 「노랑무늬영원」. 근데 만난 지 일주일만에 죽어버렸다. 친구들은 내게 "넌 최선을 다했다."나 "너한테 돌봄을 받다 간 거다."라며 위로해줬지만, 나는 "날 만나서 죽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만약 내가 집에 안 들였다면, 내가 더 잘 보살펴줬더라면 같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쿄모토를 생각하는 후지노를 보며 「노랑무늬영원」이 생각났다.
 
  우리는 발자국을 남기듯 살아갈 수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어떤 이들과는 이별하게 된다. 뒤를 돌아볼 때 함께했던 시간들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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