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먼저 제 소개를 할게요.
저는 1996년에 태어났고 올해로 26살이 되었어요. 20살에 회사를 다니기 시작해서 군대 2년 정도를 빼면 삼사년 정도 일한 게 되겠네요.
보호종료아동에 대해 알게된 건 몇 년 전 유튜브에서 뉴스를 봐서였던 거 같아요. 그리고 회사 게시판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보고는 내가 과연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도 했지만 정말 사소한 것이라도 나눠보자는 마음으로 여기에 왔습니다.
사실은 몇 달 전에 오기로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가을에서야 오게 되었네요. 그 동안에 <세상에서 지켜진 아이들> 이라는 책도 읽어보고 이것저것 찾아보기도 했어요. 그리고 준비해야지 준비해야지 하던 이 스크립트는 사실 어제 자기 전에 완성했답니다.
자립에 대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 주변에 여러 사람에게 자립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도 보고 저 나름대로 고민을 한 끝에 세 가지 얘기를 해보기로 했어요.
하나는 어른들의 말, 그리고 정체성 마지막으로 왜와 어떻게 라는 것입니다. 무슨 말을 할지 잘 감이 안 잡히겠지만 제 얘기가 끝나도 이 세 가지 키워드만 어렴풋이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도 사실 어디에서 누군가 얘기하는 걸 듣는 걸 참 못하기 때문에 최대한 짧게 얘기를 끝내고 질문을 받고 싶은데 질문이 있으면 기쁠 것 같네요.
<어른들의 말>
첫번째 어른들의 말에 대해서 입니다.
제가 고등학생 때 졸업을 해서 사회에 나간 선배들이 와서는 항상 "너네 때가 제일 좋을 때다." 이런 말들을 하곤 했어요. 그리고 회사에 오니 선배들은 또 "너네가 부럽다. 그 나이 때가 제일 좋을 때다." 이런 말들을 하더군요.
근데 저는 저런 말을 해주던 사람들 중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금"이 나중에 떠올려보면 "그 좋을 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못 본 것 같아요.
지식과 지혜의 차이를 누군가는 지식은 알고 있는 것이고 지혜는 그것을 사용하는 것 즉, 인생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는 걸 들었어요. 꽤 동의가 되는 말이에요.
결국 제게 저런 말을 했던 사람들은 언젠가 추억하게 될 지금 이 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지식적으로 알았더라도 지혜로서 이해했던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제가 여러분께 해드리고 싶은 말은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어른들의 말이라도 참고만 하지 아~주 귀 담아들을 필요는 없다는 거에요. 특히 자기가 살아보지 못한 것을 혹은 살아내지 않는 것을 조언하는 말들은 흘려들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정말 소중히 들어야하는 것은 말뿐만 아니라 삶으로 말하는 사람들의 것이에요. 삶으로 겪고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고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지혜말이죠.
<정체성>
두번째, 정체성에 대해서 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왕따를 당한 이후로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관계가 좋지 않게 끝나고는 했어요. 그것만이 원인은 아니였겠지만 우울증으로 병원에 심리상담을 수년간 받고 있어요. 어느 순간에는 내가 우울증 같고 우울증이 나 자신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동성애자 쉽게 말해서 게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다녔고 20살 초반까지도 꾸준히 다녔는데, 마음에 상처가 되는 말들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게 쉽지 않았죠.
사람들은 정상성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설명하려고 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러나 저라는 사람은 남자이기도 하고 책,음악,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한국인이기도 하고 성격은 어떠어떠하고 등등 여러가지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지 하나의 정체성으로 설명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은 성적지향이라는 정체성이 제게서 작은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어요. 여러분들의 성장배경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이 여러분이라는 사람의 작지 않은 정체성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여러분들을 설명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그렇게 생각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난 이러이러한 사람이야, 하지만 이게 날 전부 설명할 순 없어." 이런 마음가짐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왜, 어떻게>
마지막인 왜와 어떻게에 대해서 입니다.
우리가 무언가 할 때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죠. "내가 이걸 왜 하지. 왜 해야하지." 하지만 어떤 일들은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너무도 난해할 때도 있어요. 특히 "왜 살아야하지." 이런 질문은 수천년 전부터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이죠. 이럴 때 저는 질문을 바꿔보기를 추천드립니다.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들의 인생을 보면 "난 이것을 위해 살겠어" 라고 결심하고 살아간 사람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 사람의 살아온 행적을 뒤돌아보니 그 삶의 의미를 찾은 경우가 더 많은 거 같아요. 말하자면 "어떻게 살지" 라는 질문의 답을 하다보니 끝에는 "왜 살았지" 라는 질문에 답이 된 것이지요.
반대로 생각해볼게요. 어떨 때는 "어떻게 해야하지" 라는 고민이 들 때도 있죠. "어떻게 공부해야하지" 라던지 "어떻게 돈을 벌어야하지" 혹은 "어떻게 내 마음을 전해야하지" 아주 여러가지 고민들이 있겠죠. 이때는 반대로 어떻게 라는 질문을 왜로 바꿔보는 거에요. "왜 공부해야하지", "왜 돈을 벌어야하지", "왜 내가 이 마음을 전하고 싶은 거지" 이렇게요. 이런 질문을 던지면 목적이 뚜렷해지고 어떻게, 라는 고민에 답을 찾을 수도 있어요.
과연 제가 자립에 대해서 얘기를 한 게 맞나싶네요. 자립이란 말의 뜻대로 보자면 혼자 일어선다는 의미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자립에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될 수도 있고요. 결국 건강한 자립은 자신이 불안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하는 용기를 낼 수 있고,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때 곁에 있어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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